한 장의 사진 이야기
장소 ㅡ고창 들녘길에서

-하늘이 높아졌다.
구름과 바람도 한결 가벼워졌다. 여름과 가을이,
낮과 밤이 교차하는 어스름한 저녁에 봇짐을 지고
먼 곳으로 향하는 행상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박목월 시인의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시를 떠올리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나그네가 아주 멀리 하나의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지켜보았다.
부디 어둠이 짙게 깔리기 전에 “술 익는 마을”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 이 행상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나그네 되어 떠돌다가
외줄기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까.
저 산 아래 동네까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두운 밤길이 대수인가.
곧 기다림은 기쁨으로
변할 테니 말이다.
ㅡ김녕만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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