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 생각 - 고무장갑과 자근딸의 오지랖
어제 오후 비가 내렸다 심한 비가 내렸다.
차창의 와이퍼는 금년중 제일 바쁘다. 구수한 냄새가 코끝에 머문다.
부침개를 먹으러 가는 중이다 . 어제 누님에게 전화를 걸어 팥칼국수 있수 ? 하고
물었더니 먹고 싶냐고 묻더니 비도 오고 그러니 부침개를 해준단다.그도 고마운 일이다
누님댁에 들르니 막걸리도 한사발 내어 준다. 한잔 또 한잔을 마시고 누님의 얼굴을 본다.
누님의 얼굴에도 세월의 잔영이 드리워져 있다.
어렸을 적 맡았던 그 고운 분냄새는 어디에도 없었다.
비가 오면 나를 업고 등교 시켰던 기억이 난다. 아마 내가 흙탕물이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를 안간다고 떼 를 썼던 기억...내가 막내이니 그랬다.
떨어진 낙수물 소리 만큼이나 누님이 짠했다.
세월이 아주 무상하게도 흘렀다. 나도 그 속에 있었고...
그리고 누님댁을 나왔다. 비는 여전히 내렸다. 비 소리가 좋았다.
맞아도 좋을성 싶은 비다. 마음만으로 맞으며 마음만 적셨다.
그리고 집에와 잠이 들었다.저녁을 거른 채 .
새벽에 잠을 깼다. 형상의 물질이 아른거린다.
나는 일체라 생각했다. 그 일체를 묶어 두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텅비워야 울린다는 법정스님의 얘기가 생각났지만 흔들림의 모든것은 "묶음"이라 생각했다.
일단 묶고 나중에 풀어 보리라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생각에 도달 하게 되었다.
" 남들은 뭐든 할 수 있는게 자유라 하지만 난 사색하며 행동하지 않는 자유가 더 좋다"
이 짧은 새벽에 이런 사색은, 누님이 아마도 사색의 길쯤에 분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아마도 밖에는 비가 그쳤을 것이다. 난 이런 아침이 좋다.
이것은 지난해 어느 여름날이었다.
며칠전 자근딸이 누워 있는데 흔들면서 "아빠 주무세요"한다
눈을 뜨니 고무장갑을 내밀면서
"이거 안에 기모가 들어 있는 고무장갑인데 따뜻 하단다"
"집에거 사면서 고모거 하나 샀다며 오늘 고모네 들르거죠 ?하며 갔다 드리세요"한다
"그러고 꼭 제가 용돈으로 산거라고 고모한테 말씀드리라고" 하면서 웃는다
"아빠 안갈건데 ㅎ"
"에이~ 아빠 제주에서 옥돔 선물 받은거도 갖다 드려야 하잖아요 한다 "
옥돔은 지난주 친구딸이 혼인을 했는데 제주에서 친구가 왔다
가벼이 만난다는것이 많은 친구들이 모여 술값을 내가 치뤘더니 그 친구 제주가서
구정생선까지 보내고야 만것이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첨 만난 친구였다.
"아니 넌 지금 여행 갈 녀석이 마트가서 장갑 사오고,고기 갖다주라하고 그러니 "
"여행 준비는 다 했어 ? "
"예에~ 언니가 다했어요 " 한다.
" ---" (속으로 오지랖은 에그ㅎㅎ)
" 알았다 " 했는데
딸들이 여행에서 돌아 온다니 오기전에 오늘은 갔다 드려야 겠다.
저녁은 구수한 청국장에 잡곡이 들어 들어 있는 밥이믄 좋겠다.
우리 자근딸의 오지랖 그도 즐거운 일이다.
힐링은 셀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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