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Photo by Apple
시인의 첫사랑 -김복수-
내 시에서 아직도
첫사랑 냄새가 난다고
칠십이 다된
내 가슴에 마누라는 가시를 꼽는다.
시인의 첫사랑은
바다가 되여 파도처럼 달려오기도 하고
수평선이 되여 손짓도 한다
어느 때는 노을이 되여 슬픔에 젖기도 하고
밤하늘에 별이 되여 밤새 이야기도 한다.
또 어느 날에는 구름이 되여 정처없이 떠나기도 하고
눈비가 되여 마음을 흠뻑 적셔 놓는다.
시인의 첫사랑은
눈을 떠도 보이고 눈을 감아도 보인다
지금은 바다건너 이국땅 둥지를 튼
꿈속에도서도 잊혀진 내게 먼 여인을
마누라는 아직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았나 보다
그래도 티 없이 사랑하니까
찌르는 가시 아프지 않다
사랑이 없으면 어찌 가슴에 가시를 찌를 수 있으랴
언젠가는 시인의 첫사랑
누구인지 아는 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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