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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기억 저편 - 윤성택(1972∼ )

 

기억 저편 - 윤성택(1972∼ )

한 사람이 나무로 떠났지만

그 뒷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떠난 그였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떠난 그가 남긴 유품을 새벽에 깨어


천천히 만져보는 기분,

길을 뒤돌아보면

그를 어느 나무에선가 놓친 것도 같다

나는 얼마나 멀리 떠나온 것일까

살아간다는 것은 온 신경을 유목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떠난 그를 더 멀리 떠나가지 못하게 가까운 나무 아래 묻었는가 보다.

나무가 한 자리에 붙박이듯 이 수목장(樹木葬)은 살아 떠도는 사람들도 한 그루의 나무처럼 멈춰 세우지만,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 누구도 더 이상 옛 나무에게로 돌아서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는 어디에나 흔한 나무들처럼, 시도 때도 없이 깔리는 안개처럼, 무수히 편재하는 사물의 모습으로 우리를 불러 세운다.

 기억이라는, 천지에 미만한 저 그리움으로!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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