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삼(玩花衫) - 조지훈(1920∼ 68)
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이냥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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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향한 낭만은 서정시가 추구하는 보편성이므로,
시인은 고단한 나그네의 노정(路程)조차 ‘긴 소매’→‘꽃잎’→‘강 마을’→‘저녁노을’로 펼쳐,
“물길은 칠백리”라는 아득하고 유장한 심미적 시간에 비끄러맨다.
이 시는 갈등과 인정의 세계를 언어가 율동적인 조형미를 획득해내는 해조(諧調)를 살려
침잠과 여운의 서정으로 바꿔놓는다. 삶이란 혼자 서는 존재가 아니므로 어느 정도 숙명론에
가둬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니, 그로써 솟아오르는 ‘한(恨)’ 또한 어쩔 수 없는 것.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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