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이육사(1904∼1944)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쓴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바리지 못할 약속이여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시인은 또 다른 시 ‘광야’에서 기원의 자리를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라고 노래한다. ‘북쪽’은 안정과 질서를 잃어버린 미망의 장소다.
그 북쪽 툰드라에도 새벽은 어김없이 도래하나니, ‘꽃맹아리’야말로 정신의 여명을 드러내는 최초의 발아(發芽), 곧 영혼의 각성을 재촉하는 심미적 상징이다.
자연의 약속은 어김이 없어, 비록 늦게 오더라도 봄은 오고야 만다. 그런데 올해의 봄은 너무 멀고 더디다.
이 우중충한 꽃샘추위를 결딴내는 화창한 봄 햇살이 천지에 가득했으면…. <김명인·시인>
'[생각 속에서 ~~!!] >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을 다물다 - 이성미(1967∼ ) (0) | 2010.04.02 |
---|---|
기억 저편 - 윤성택(1972∼ ) (0) | 2010.04.02 |
길은 떠남이 아니라 (0) | 2010.03.26 |
완화삼(玩花衫) (0) | 2010.03.24 |
약속해줘 구름아 / 박정대 (0) | 2010.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