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alleryshop·洗心址

뮤지컬 노래 베스트 7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은 음악이다. 대사가 없을 수도 있고, 춤을 안 출 수도 있지만 음악이 없는 건 뮤지컬이 아니다.

아무리 엉성한 스토리라도 관객은 내 가슴을 뻥 뚫어주는 노래 한 곡에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그래서 꼽아봤다.

 역대 최고의 뮤지컬 노래는 무엇일까. 전문가 10인으로부터 세 곡씩 추천을 받아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7곡을 뽑았다.

이름하여 ‘뮤지컬 명곡 7선’. 누구나 알 만한 노래와 보석처럼 숨어 있던 노래가 고루 포함됐다.

 

1.소름 돋는 음역, 유령은 예술의 정점을 갈망한다
‘오페라의 유령’의 ‘밤의 음악(The Music of the Night)’


유령은 크리스틴을 자신의 지하세계로 인도한다. 안개가 자욱이 깔린 미로를 지나, 촛불의 은은함을 건너 도달한 컴컴한 방. 공포에 떠는 크리스틴을 향한 유령의 손길은 느닷없다. “너만이 나의 음악을 완성해줄 수 있다.”

‘밤의 음악’은 ‘오페라의 유령’의 주제곡이다. 질투와 복수의 화신처럼 몸부림치는 유령이 끝내 가고자 했던 길이 예술의 정점이었음을 이 음악은 달콤하게 전해준다. 감미롭게 시작된 유령의 목소리는 인간의 음역을 넘어서는, 소름이 돋을 것만 같은 귀곡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본래 이 노래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그의 연인 사라 브라이트먼에게 생일 선물로 선사한 곡이다. 결국 유령은 웨버의 분신이었을까.
2.  한곡에 인생의 굴곡과 철학 모두 담아.‘캣츠’의 ‘메모리(Memory)’

뮤지컬 ‘캣츠’는 본래 T S 엘리엇의 시를 바탕으로 쓰였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초고를 완성하고, 음악을 덧붙인 뒤 시연회를 열었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한 가지가 빠진 것 같다”는 게 연출가 트레버 넌의 반응이었다. 이때 엘리엇의 미망인이 “남편의 시 중 발표되지 않은 게 있다”며 유작시를 하나 건넸다. 진솔하면서도 삶의 이면을 담아낸 시문이었다. 웨버는 당장 하루 만에 곡을 써내려 갔다. 그걸 받아든 연출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지금이 몇 시, 몇 분인지 정확히 기록해 두라. 우린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는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 ‘메모리’의 탄생은 이토록 극적이었다.

이유리 교수는 “노래 한 곡에 드라마틱한 인생과 철학적인 주제를 모두 담아냈다”고 평했다.

3.파란만장한 삶은 결국 사랑 찾기였음을 …
‘헤드윅’의 ‘사랑의 기원(The Origin of Love)’

작품은 트랜스젠더 이야기다. 헤드윅이 낡은 호텔에서 그토록 부르짖은 건,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결국 ‘사랑’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었음을 들려준다.

노래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신화에서 출발한다. 오래전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갈라지기 전 하나의 쌍으로 이루어진 완성체였다는 것. 어쩌면 남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헤드윅이야말로 사랑의 하나 됨을 가장 갈구하는 원형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내면으로 끝없이 침잠해가던 주인공은 그 쓰라림을 록음악의 선율에 맞춰 읊조리고 울부짖는다. “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처연함이 쓸쓸하다.

 

4.·자베르 … 그들이 그리는 내일은 다르다
‘레미제라블’의 ‘내일이면(One Day More)’

형사 자베르는 데모 군중을 어떻게 진압할지 머리를 감싼다. 장발장은 돌아갈 고향을 그리며 들떠 있고,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떠날 채비를 한다. 불의에 맞서 싸우려는 학생들은 혁명을 도모한다. 각자가 그리는 ‘내일’은 모두 다른 그림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레미제라블 1막 마지막에 나오는 명곡이다. 턴테이블 무대에 모인 시위대는 삼각형의 구도를 유지한 채 옆으로 걸어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를 만들고, 장발장은 가운데 가만히 있건만 마치 지나가는 모습을 띠게 된다. 비장미로 무장한 채 격정적으로 뿜어내는 그들의 노래는 나부끼는 깃발과 함께 관객의 심장부에 그대로 내리꽂힌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여러 테마가 한꺼번에 나오는 가운데 극음악 구성의 완결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5.토니와 마리아는 늘 오늘밤 같기를 빌지만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투나잇(Tonight)’


서로의 눈길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주치는 순간, 사랑은 아름답다. 이 짧은 찰나의 미세한 떨림 때문에 연인들은 수없이 많은 번민의 밤을 감내한다.

‘투나잇’은 바로 연인들의 체온이 일치하는, 그 순간을 포착한다. 철근 콘크리트에 감싸인, 뉴욕 맨해튼의 밤거리. 마리아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던 토니는, 때마침 발코니로 나온 마리아를 보게 된다. 원수처럼 대립하고 있는 이탈리아계 이민인 ‘제트단’과 푸에르토리코계 이민인 ‘샤크단’의 멤버인 두 사람. 그 외부 조건이 둘을 가로막고 있지만, 불안한 사랑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둘은 영원히 ‘오늘밤’과 같은 시간이 이어지길 갈망한다. 황량한 뒷골목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에 의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향기를 담아내게 된다.

6.이루어질 수 없는 에포닌의 사랑이여
‘레미제라블’의 ‘나만의 생각(On my Own)’


에포닌은 여인숙 집 딸이다. 또래 친구인 코제트는 그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유년기, 에포닌은 공주이며 코제트는 하인이나 다름없었다. 코제트가 에포닌의 인형이라도 만지면 에포닌은 부모님께 고자질을 했고, 코제트를 기다린 건 호된 꾸지람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둘의 길은 엇갈린다. 집안의 몰락으로 에포닌은 마치 거지처럼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비록 불우한 처지였지만 대학생 마리우스에 대한 연모로 그의 가슴은 저리다. 하나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이랴. 마리우스의 마음은 이미 코제트에게 향해 있는 걸. 마리우스의 편지를 대신 전하고 돌아오는 길, 에포닌의 발걸음이 무겁다. “이제 또다시 홀로 남겨졌네,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이보다 더 애잔하게 전할 수 있을까.

7.광대는 다름아닌 데지레 자신임을 깨닫고 …
‘소야곡’의 ‘광대들을 들여보내요(Send in the Clowns)’


제목은 낯설다. 그러나 들어보면 귀에 익은 음악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FM 골든 디스크 김기덕입니다’의 시그널 뮤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본래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소야곡(a Little Night Music)’에 나온 노래다. 손드하임의 뮤지컬 대부분이 그렇듯, 이 작품 역시 특별한 스토리 없이 청년·중년·노년 세대들 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넘나드는 ‘컨셉트 뮤지컬’이다. 현대 클래식을 연상시키는, 난해한 음악으로 점철되는 작품에서 유일하게 관객의 귀를 붙잡는 곡이다.

이별을 감지한 여주인공 데지레는 “광대를 들여보내라”며 상황을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광대는 밖이 아닌 안에 이미 있었다는, 자신이 광대였음을 스스로 깨닫는 데지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듯한 아련한 선율에 철학적 노랫말이 어우러져 있다

'Galleryshop·洗心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나를 버립니다.  (0) 2010.02.03
구텐베르크 활판인쇄술   (0) 2010.02.03
차를 마시면   (0) 2010.02.01
겨울절간,바람도 숨죽이다  (0) 2010.01.28
믿습니까 ?  (0) 2010.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