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臥溫)에 오면’-김춘추(1944~ )
우린, 다 눕는다
늙은 따개비도 늙은 부락소도
늙은 늦가을 햇살도
눕는다
순천만이 안고
도는 와온에 오면
바람이 파도가 구름이
세월처럼 달려와
같이 눕나니
어쩌랴, 와온에 와
나 너랑 달랑게 되어
달랑게 되어
갯벌에
달랑 누운
따스한 이 눈물 자욱을
너
또한
어쩌랴…
깊어가는 가을 속 황량하게 펼쳐진 개펄. 개펄 저 너머로 질척이며 빠져드는 해. 개펄 물골 사이사이 차 들어오는 물 아닌 붉은 노을. 순천만 흐드러진 갈대숲 안고 돌다 끝자락 와온에 이르면 이래서 ‘나 또한 어쩌랴’ 하는 탄식 절로 난다. 바람 파도 구름 세월 달려와 노을 속에 누운 개펄 와온. 내 질척이는 마음속 풍경 끝자락 봐버렸으니 이제 어쩌랴.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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