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리다 .
산에 올라 조망하는 즐거움은 접어야 한다.
늦은 오후나 ,밤에는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북한산과 도봉산에 걸친 운무는 모두들 산자락을 숨기는 형상이니 점심 때쯤이면
비는 내릴 것이다. 문 밖을 나설 땐 북한산, 도봉산 둘중 하나였으나
하늘을 보고 수락산을 가기로 했다.
누구와 동행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홀로 가는 산은 이래서 좋다.
수락산을 찾는 이유는
매월당 김시습과 천상병 시인의 향수를 그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가 ? 아침 신문에 매월당 김시습 한시가 연재 되었다.
어제는 점심 때 김밥을 먹고 있는데 비는 여지 없이... 굵은 비로 변해
우의도 없어 쫄딱 맞고 하산 (나중엔 돗자리 쓰고 )
그것도 추억 이려나...
산길에서 (山行卽事)
/ 김시습(1435~1493)
아이는 고추잠자리를 잡고
노인은 울타리를 손질하네
봄물 흐르는 작은 시내에
가마우지가 멱 감고 있네
푸른 산도 다 한 곳
갈 길 먼데
등나무 가지 하나
등에 걸치고 섰네
......................................................................................................................
중년의 냄새가 물씬 난다.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한가운데 서 있다.
삶의 무게를 걸머지고, 막막하다. 임금을 놀라게 할 천재를 타고났으나 조실부모, 선비로서 승인할 수 없는 격변을 만났다.
마음은 불가에 두었으나 행실은 유가에 있었다고도 하고, 그 자취는 절집에 있었으나 선비의 풍모였다고도 하는데,
끝없이 떠돈 그의 생애가 이 한 편에 담겼다. 단란한 망중한(忙中閑)의 꿈이 그에게라고 없었을까.
고즈넉한 봄날의 풍경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며 살고 싶은 날이 그에게라고 없었을까.
험난한 산길을 헤쳐와서 우연히 맞닥뜨린 산촌의 정경을 통해 늘 마음 한쪽에 젖혀두어야 했을,
그러나 뿌리 깊은 꿈을 읽을 수 있다.
늘 길 위에 있었던 그가 마른 등나무 하나 등에 걸치고 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수락산엔 이런분이 계십니다.(티비출연)
아미새
장충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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