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사계절중에 이른 여름을 좋아 한다
초하初夏.또는 성하盛夏도 좋다.
무더위가 내려 앉은 뙤약볕에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의 풍경말이다
아래 사진처럼....이런 길을 보노라면 프로이스트의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의 싯구도 생각 나고,
어린 날의 고향 길목도 생각난다.
늘어진 능소화 ,
파릇한 탱자나무 울타리 ,저만치 길잃은 송아지 한마리
새참을 이어내는 아주머니 광주리에 햇살이 넘치는 모습들도...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른 여름아침이다 .시쳇말로 "식전食前"
마당을 쓸어 놓고 물을 뿌려 놓은 깨끗함
담장 넘어로 고개를 내민 나팔꽃, 그 위에 맺힌 이슬
하늘 위로 날으는 고추잠자리 , 그 위로 떠 가는 솜털 구름
돌담에 열린 자그만 호박, 바람에 흔들리는 호박 넝쿨의 그림자
이 풍경을 툇마루에 누워 거꾸로 보는게 나의 취미였다.
나의 모던한 싯적 서정은 이때 많이 담았으리라...
한참을 지나면 어지러움과
살포시 잠이 들 때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코를 흩고 지나고
다정한 울 어머니 목소리 "누구야 밥 먹자" 한다.
하루를 알리는 소리며 ,여름의 소리였다.
오늘은 울 어머니 목소리가 몹시도 그립다. 큰누님과 칡냉면으로 점심이나 먹어야 겠다
초하初夏라서...
Photo by Apple
여름 아침
김수영
여름 아침의 시골은 가족(家族)과 같다
햇살을 모자(帽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원활(圓滑)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嗅覺)과 청각(聽覺)과 미각(味覺)과 통각(統覺)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내려 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利己的)인 시간(時間) 우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할 정신(精神)을 생각하며
구별(區別)을 용사(容赦)하지 않는
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
고뇌(苦惱)여
강(江)물은 도도(滔滔)하게 흘러내려 가는데
천국(天國)도 지옥(地獄)도 너무나 가까운 곳
사람들이여
차라리 숙련(熟練)이 없는 영혼(靈魂)이 되어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
여름 아침에는
자비(慈悲)로운 하늘이 무수(無數)한 우리들의 사진(寫眞)을 찍으리라
단 한 장의 사진(寫眞)을 찍으리라
............................................................................................................
용사容赦 /용서하여 놓아줌 . 원활圓滑 /거칠 것이 없이 순조롭다, 모난 데가 없고 원만함
오늘 못다 한 일? 남겨둬라.
그래야 내일도 할 일이 있지 않겠니?
Sunset Avenue - Guido Negraszus
'Galleryshop·洗心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델바이스와 [ j Story] (0) | 2012.07.04 |
---|---|
누군가가 보낸 작은 새가 있어.. (0) | 2012.06.25 |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처럼 (0) | 2012.06.23 |
그대가 삶의 경전이다. (0) | 2012.06.11 |
오월 그 어느날 우포에서 (0) | 2012.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