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그날이었다 /소주 한잔에 100원 하던 날
23년전 어제/ 1987년6월10일
아침 출근길이 무지 상쾌하다.
종각 지하철에서 내려 광교를 지나는 길은 커다란 나무 그늘이 멋지다.
실록으로 우거진 파릇함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큰 빌딩이 생기면 여지 없이 생겨난 그것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아마 저것도 법으로 정한 듯 .감상하기도 참 좋다.
일요일날 일때문에 출근하면서 한적한 거리에 놓여있는 걸 보면 새삼 다른 느낌이다.
어느날 시간 내어서 작품만 찍어보면 어떨까? 이른 새벽도 좋고...
작품을 설치해야 준공 허가며,건물 사용허가가 나오니 건축주 입장에선 속이 쓰리겠지만 그래도 세운다.
거리의 미관도 한결 좋아짐을 느낀다.
앞으론 진짜 작품이 좋아서 건물앞에 세워 놓겠지 / 그런 날이 올거야
광교를 지나 무교동 골목길로 들어서면 "삼덕빌딩" 10층301호가 나의 근무지다.
무역회사 대리/ 수출입 통관업무를 보는 사회초년생이다.
유일한 낙은 점심시간에 두산서점에 들러 책보는 일이다.
2~3천원하는 책을 사보기가 ...아니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실은 ..살 돈이 없어서 )
에어컨 나온 서점에서 아무 책이나 닥치는대로 보곤한다.
퇴근길엔 그 유명한 무교동 골목길을 그냥 지나치기란 고통에 가깝다.
직원들과 호프집을 드나 들고 , 상사에 메달려 2차도 가곤한다.
그런 평범하기 그지 없던날...코오롱본사 건너편에"민추협"이 들어 오고서부터다.
우리 회사하고는 10m거리로 마주보고 있다
(민추협=民主化推進協議會)는 1984년에 창설되어 1987년에 해체됨)
전두환정권에 맞선 싸우느라 연일 확성기를 틀어 대서 도무지 근무를 할 수가 없다.
그래도 퇴근길엔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퇴근길 광교를 지나 종로에 이른길엔 리어카에서 소주 한잔에 100원 안주는 무료다.
종로통,광교일대는 연일 데모군중이다.전두환정권 물러나고,노태우 물러나라고...
드디어 6월10일 /우리회사도 오전 근무를 마치고 (사장님도 시위군중으로 가시느라)
거리로 나섰는데 일명 "넥타이부대" 도로는 흰 와이샤쓰 차림의 셀러리맨들이다.
시위대는 밀리고 최루가스는 자욱하고, 전경차량은 종각앞에서 불타 넘어지고
그 시위 군중속에 우리도 있다. 우리는 보도블럭을 던지며 무엇을 절규했던가 ?자유!
광화문부터 동대문까지는 시위대를 제압하려는 전경들로 부터 시위대는 몸을 숨기려고
골목길로 쫒기고, 숨고 ,켁켁거리고 엉뚱한 남의 장삿집으로 숨고...숨겨주고
그렇게 켁켁 거리며 엎드려 있는데 나에게 마스크를 건넨 아가씨가 있다.
다른 부서의 직원이었는데 이전엔 말을 건넨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래도 같은 회사직원이라 동료애로 밀리는 시위대속에서도 구호를 외치고..
길거리로 나서니 여기저기서 마스크를 나눠준 약사 양반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은 정권만큼이나 악독했다. 넥티이부대는 스스로 모인 군중이라
학생때와는 달리 빨리 와해 되었다.
우리는 지하철이 종로통에선 정차하지 않아 동대문까지 걸었다.
6월29일 드디어 노태우는" 6.9선언"을 한다. 이 과정을 우리는 6.10항쟁이라 부른다.
그 당시 나의 모습이다.이젠 중년이 되었다.
이젠 그 일을 기억하는이는 아무도 없다.차라리 조선의 역사는 꿰차도 근대사는 아직 모르는 세대
젊은 세대에겐 무리인가보다.광주민주항쟁을 물으니 또 어떤 학생은 조선시대 일이냐 했다니 ㅉㅉ
23년전 어제의 일이다. 그날은 역사속으로 전쟁의 포화와 같은 모습으로 사라져 갔다.
기억하지 않는 일이며 ,그날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역사 의식속에
사뭇 남달리 보이며,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최루가스에 콜록거렸던 그날 그 아가씨는 어디에.
그 아가씨가 궁금해지는 6월 -실록의 아침 ! 그도 역시 이젠 중년의 아줌마겠지
아줌마도 내면의 질서속에서 편안한 호흡에 자유로울 것이다.
.
.
세월은 이렇게 흐르고 나면 그리움이며 아쉬움이기에 /
지금 내 주위의 있는 모든 사람의 인연은 소중하게 고맙게 여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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