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alleryshop·洗心址

나도 저곳에 들고 싶다

 

28일 전국 주요 사찰과 선원에서 2300여 명의 스님이 결제법회를 갖고 하안거에 들어갔다.
안거는 하절기와 동절기에 3개월씩 외부와 출입을 끊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법회를 마친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가기 위해 선방으로 향하고 있다.

 

하안거는 왜 ?

늘 이맘때(음력 4월 15일)쯤이면 선불교(禪佛敎) 절집 안은 90일의 여름안거(安居)가 시작된다. 이를 결제(結制)라고 부른다.

석 달 동안 산문 밖의 출입을 삼가고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토록 만든 특별기간이기도 하다.

함걸(咸傑·1118~1186)선사는 “자기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4면 8방에 맑은 바람이 흐르도록 만들어라”고 하여

외적인 고요함과 내적인 치열함이 함께하는 결제를 주문했다.

하안거(夏安居) 역사는 2600여 년 동안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작은 사소한 것이었다.

그건 인도 지방의 우기(雨期)라는 독특한 기후 때문이다.

당시에는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그늘’조차도 오래 머물게 되면 혹여 그것에 대한 미련과 애착심이 생길까 봐 같은

나무 밑에서 3일 이상 머물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철저한 무소유와 무주(無住·잠시 머묾)를 실천했지만 석 달 동안 내리는 폭우 앞에선 어찌할 수가 없었다.

거친 비를 피해 자연스럽게 넓은 동굴 안이나 큰 지붕 밑으로 모여들었다.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면서 (다닐 때보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머물기(安居)’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본래 떠돌이였지만 할 수 없이 한시적인 붙박이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중국·한국·일본 등 동양 삼국은 함께 모여 수행하는 곳을 총림(叢林)이라고 불렀다.

 대중이 풀과 나무처럼 빽빽하게 서 있는 까닭에 내키는 대로 어지럽게 자라지 못하도록 서로 붙들어 주는 공간인 까닭이다.

쑥대머리(머리털이 마구 흐트러져 있는 모양)란 말에서 보듯 쑥은 제멋대로 자라는 식물의 대명사다.

설사 그런 쑥이라고 할지라도 곧게 자라는 마(麻) 속에 있으면 애써 잡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곧게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은 전쟁터뿐 아니라 수도원의 법칙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중이 공부시켜 준다는 말이 나왔다. 그냥 함께 살면서 따라 하기만 해도 크게 잘못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크게 잘못될 일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
그날 행사에 초청된 강사는 차분하게 주제를 잘 이끌어가는가 싶더니 한순간 그만 키워드를 놓쳐버렸는지 말이 끊겼다.
 어색한 고요가 잠시 이어졌다. 그 난감한 표정을 향해 뒷자리에서 누군가 ‘뭐라뭐라’ 하면서 말머리를 쳐주었다.

한참 후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청중을 돌아보며 농담을 던졌다.
“아까 저를 도와준 사람이 누군지 모르죠? (뜸을 들인 후) 우리 집사람이에요.”

그러자 모두 작은 소리로 웃었다.
“집사람 시키는 대로 하면 크게 잘못될 일이 없습니다.”
다시 큰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백번 맞는 말이다. 이것이 같이 사는 사람의 힘인 것이다. 가정 역시 작은 총림인 까닭이다.

 

 

'Galleryshop·洗心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직카드  (0) 2010.06.02
가끔은 전시도 보러 다녀/루오전  (0) 2010.06.02
맺힌것은 풀고 ,풀린 것은 묶고  (0) 2010.05.31
비오는 날에 /2010년0518일  (0) 2010.05.18
물결 앞에서 - 이시영(1949~ )  (0) 2010.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