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의 세계 - 김행숙(1970~ )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 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투명해지는 한쪽 귀와
수평선처럼 누워 있는 세계에서
검은 돌고래가 솟구쳐 오를 때
무릎이 반짝일 때
우리는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선다
툭툭 끊어놓은 듯 생략해 버린 채 전개되는 시의 맥락들을 복원해 보면, 기지 넘치는 언어로 구축한 이 시인의 화법(話法)이 읽힌다.
함께 있고만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나는 결코 먼저 일어서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라면, 그 아쉬움은 “검은 돌고래가 솟구쳐 오르”듯 온몸을 다한 안타까움으로 사무쳐올 것이다.
‘다정함’을 생각이 아니라 느낌 그대로 감각하는 순간들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김명인·시인>
'[생각 속에서 ~~!!] >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 통(桶) - 김종삼 (0) | 2010.04.28 |
---|---|
붉은 마침표 - 이정록 (0) | 2010.04.27 |
나무 사이에 소리가 있다 - 조용미(1962 ~ ) (0) | 2010.04.23 |
[47] 양귀비 (0) | 2010.04.22 |
자연론 - 정일근 (1958~ ) (0) | 2010.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