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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다정함의 세계 - 김행숙

 

 

다정함의 세계 - 김행숙(1970~ )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 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투명해지는 한쪽 귀와


수평선처럼 누워 있는 세계에서

검은 돌고래가 솟구쳐 오를 때


무릎이 반짝일 때

우리는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선다


툭툭 끊어놓은 듯 생략해 버린 채 전개되는 시의 맥락들을 복원해 보면, 기지 넘치는 언어로 구축한 이 시인의 화법(話法)이 읽힌다.

함께 있고만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나는 결코 먼저 일어서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라면, 그 아쉬움은 “검은 돌고래가 솟구쳐 오르”듯 온몸을 다한 안타까움으로 사무쳐올 것이다.

 ‘다정함’을 생각이 아니라 느낌 그대로 감각하는 순간들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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