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론 - 정일근 (1958~ )
풀 한 포기 밟기 두려울 때가 온다
살아 있는 것의 목숨 하나하나 소중해지고
어제 무심히 꺾었던 꽃의 아픔
오늘 몸이 먼저 안다
스스로 그것이 죄인 것을 아는 시간이 온다
그 죄에 마음 저미며 불안해지는 시간이 온다
불안해하는 순간부터 사람도 자연이다
힘찬 맥놀이에 실려 뛰놀 때에는 살아 있는 것의 소중함을 미처 알지 못한다.
강건함이 한량없이 이어져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면 삶의 고통과 상처를 다스려 온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늙고 병듦은 한 걸음 앞서가는 마음이 자연 쪽으로 그만큼 더 다가섰다는 것.
그러나 산다는 것을 어찌 의지대로라 하겠느냐.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아픈 몸보다 마음이 먼저 풍화를 견디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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