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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속에서 ~~!! ]/野生花 출사記

[풀꽃나무이야기] 변산바람꽃에서 배우는 생존전략

 

"이동혁" 아는 사람은 다 알것이다.이동혁은 풀꽃나무칼럼니스트이다.

중앙일보에 야생화를 연재하면서 유명해졌고, 그 기사를 보고 내가 야생화에 입문하게 되었다.

모든 야생화 지식은 여기서 많이 배운다.

변산바람꽃처럼 - 흰꽃잎처럼 보인것도 꽃잎이 아닌란것도...

 

오늘 출사길에 습한곳에 바람꽃이 뿌리채 뽑힌 녀석을 발견 했는데 밑둥에 콩나물 대가리처럼 둥근게 메달려 있었다.

속으로 그랬다. "넌 역쉬 콩나물'이야 ...추위에 일찍 나온 녀석들을 보면 밑둥이 콩나물처럼 여리고 힘이 없어 금방이라도

뽑힐 것같아 불안하기그지없다. 노루귀도 마찬가지다.

 

그 둥근게 궁금하여 오늘 배워 보았다.

 

 

                                                                                                                                    2014 03 08 촬영

[풀꽃나무이야기] 변산바람꽃에서 배우는 생존전략
  • 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 입력 : 2014.02.22 09:00

    서둘러 봄날을 맞이하고픈 마음이 변산바람꽃을 찾아 나서게 합니다. 이른 봄도 아닌 늦겨울에 꽃이라니 참 어색합니다만 변산바람꽃은 입춘의 총성에 맞춰 꽃피우기 스타트를 끊는 유일한 식물입니다.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의 작달막한 꼬마아가씨들이 수줍게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그제야 다른 꽃들도 겨우내 준비한 최신형 꽃들을 선보입니다.

    고개를 내민 변산바람꽃
    고개를 내민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의 학명의 속명인 byunsanensis는 최초 발견지인 전북 변산을 나타냅니다. 최초 발견지가 변산일 뿐 변산바람꽃은 거의 전국적으로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입니다. 전국적으로 자생하는 식물이 1993년에서야 발견되었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식물조사라고 하면 4월이나 돼야 시작했기 때문에 3월이나 그 이전에 피는 식물에 대해서는 모르는 바가 많았답니다.

    그러니 제주도를 비롯해 전남 여수의 향일암 주변, 경남 거제도 노자산 등지에서는 2월에 피어 3월이면 다 져버리는 변산바람꽃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학계의 원로 전의식 선생님은 1993년보다 앞선 시기에 마이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발견했지만, 너도바람꽃이겠거니 하셨답니다. 만약 그때 차이점을 발견해 보고했더라면 변산바람꽃이 아니라 마이산바람꽃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주도 민오름의 변산바람꽃
    제주도 민오름의 변산바람꽃
    경기도 안양시 수리산의 변산바람꽃
    경기도 안양시 수리산의 변산바람꽃
    풍도, 포항, 경주 등지에서 발견될 때만 해도 변산바람꽃은 바닷가 근처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 주변, 전북 내장산, 충남 배재산과 가야산, 경기도 가평군 명지산과 안양시 수리산의 병목안 등지에서도 자라는 것이 발견되면서 바닷가 식물이라는 인식은 깨지게 되었습니다.

    그중 경기도 안산시 풍도라는 작은 섬에서 피는 것들은 꽃잎의 모양이 조금 다르고 0.5㎜ 정도 더 크다는 이유로 ‘풍도바람꽃’이라는 신종으로 등록되었는데, 그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개체마다 다 달라서 일률적이지도 않은 미세한 단위의 차이점을 들어 변종이나 품종도 아닌 정식 종으로 등록했으니 말입니다.

    눈 속에 핀 풍도의 변산바람꽃
    눈 속에 핀 풍도의 변산바람꽃
     
    풍도의 변산바람꽃 군락
    풍도의 변산바람꽃 군락
    그러한 비판을 이해하려면 변산바람꽃의 꽃 구조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우리 눈에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잎입니다.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받침잎을 꽃잎처럼 넓게 활용한 것입니다.

    진짜 꽃잎은 그 안쪽에 초록색, 노란색 또는 황록색으로 빙 둘러쳐진 깔때기 모양의 것입니다. 그래서 변산바람꽃의 꽃은 흰색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꽃잎은 초록색, 노란색 또는 황록색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변산바람꽃의 꽃
    변산바람꽃의 꽃
    이 꽃잎의 지름이 대개 2㎜ 정도지만 개체마다 차이를 보이는 미세한 형질인데, 풍도의 것은 2.5㎜ 이상이라고 하면서 다른 종이라고 주장하니 억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꽃 밑에 달린 것은 잎처럼 보이지만 잎이 아니라 포엽이라는 기관입니다. 꽃받침과 잎의 중간 형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진짜 잎은 꽃이 질 무렵에 땅속에서 나옵니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대개 그렇게 꽃 먼저 피고 잎은 나중에 핍니다.

    바람꽃이라는 이름에는 오해가 좀 있습니다. 줄기가 연약하다 보니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누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오리지널 바람꽃을 본 분이라면 절대 그런 소리 못 할 겁니다. 설악산의 칼바람과 맞서 싸우며 자라는 바람꽃은 키가 사람 정강이 높이까지도 자라고 줄기가 굵어서 매우 강인한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바람꽃의 속명인 아네모네(Anemone)가 그리스어로 ‘바람의 딸’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람꽃과 비슷하게 생긴 꽃에다가 모두 ‘바람꽃’을 넣어 부르다 보니 아네모네속이 아닌 식물까지도 같은 가문으로 취급받게 된 것입니다.

    변산바람꽃은 아네모네속이 아니라 에란디스(Eranthis)속 식물이므로 바람의 딸이 아닙니다. 혼외 자식도 아니고요. Eranthis는 그리스어 er(봄)와 anthos(꽃)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이른 봄에 피는 특성에서 붙여진 속명 같습니다. 참고로, 오리지널 바람꽃은 여름에 핍니다.

    설악산 대청봉의 바람꽃
    설악산 대청봉의 바람꽃
    이 정도만 알아도 변산바람꽃의 많은 것을 안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알면 거의 다 아는 셈이 됩니다. 변산바람꽃은 왜 하필 추운 시기에 꽃을 피울까 하는 점입니다. 남들처럼 따뜻한 봄날에 피면 좋을텐데요.

    이유는 경쟁과 선택에 있습니다. 좋은 시기에 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수많은 식물과 경쟁해야 합니다.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필승의 전략이 있지 않다면 당연히 다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남들이 잘 살지 않는 험준한 산으로 이동해서 그 환경에 적응해서 살거나, 남들과 시기를 달리해 꽃을 피우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변산바람꽃은 후자 쪽을 택했습니다. 좀 춥긴 해도 일찍 꽃을 피우면 꽃가루받이를 해줄 심부름꾼들을 독점해서 부려 먹을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변산바람꽃의 꽃가루받이
    변산바람꽃의 꽃가루받이
    대신 잎 없이 꽃부터 피워야 하므로 추운 겨울 동안 양분을 비축해 둘 수 있는 저장 공간이 필요합니다. 변산바람꽃은 그것을 땅속에 마련해 두었습니다. 하나씩 품고 있는 보온밥통 같은 덩이줄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모르는 분들은 알뿌리라고 하지만 그건 뿌리가 아니라 줄기 부분이 형태를 달리한 것입니다. 덩이줄기에서 수염처럼 삐죽삐죽 나온 부분이 진짜 뿌리입니다. 경쟁을 피해 꽃피는 시기를 달리했지만, 그에 맞는 전략을 갖추었기 때문에 변산바람꽃은 매화에 버금가는 화괴(花魁)의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변산바람꽃의 덩이줄기
    변산바람꽃의 덩이줄기
    여러분이라면 경쟁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경쟁에서 이겨 우뚝 서시겠습니까? 아니면 사표 던지고 나가 자영업을 하시겠습니까? 후미진 골목에서 포장마차를 한다고 해도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누구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변산바람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