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길 위에서 / 나희덕

 

                                                                                                                                어느날 대관령에서/ 모델 애플

 

 

길 위에서  / 나희덕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시인의 발상은 기발하다.

개미가 다니던 길의 냄새를 시인이 지워버리자 개미가 허둥대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 추억과 내가 길을 잃은 모습과 비교하여 본다.
시인은 길을 가다가 그만 길을 잃는다. 시인은 길에 묻어있는 나의 냄새가 지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길 위에서 길을 잃고 서성거리고 있다고. .
이 시를 읽고 가만히 생각하여 본다, 우리 두발 달린 짐승이 얼마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지. 어려서는 학교, 집이고
나이 들어서는 집 , 직장, 어쩌다 술집, 아주 드물게 산, 공연장....
돌아다니는 곳이 아주 한정되어 있고 생활이 안정될수록 더 심하다. 이사를 가도 마찬가지,
예전 살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시 둥지를 튼다. 늘 다니던 길만 다니다가 낯선 곳, 모르는 곳에 가면 당황한다.
시인의 생각을 따르자면 ‘냄새가 묻어있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엉뚱한 공상 하나 - 내가 개미의 길을 지우듯이 누군가 나의 길을 지우는 존재가 있다면?
답이 궁금한 사람은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어 볼 것 . 특히 ‘나무’를 추천한다.



'[생각 속에서 ~~!!] >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물 /천상병   (0) 2012.02.20
푸른 밤 / 나희덕  (0) 2012.02.13
바람의 집/ 기형도  (0) 2012.02.07
발 없는 새 - 이제니(1972- )  (0) 2012.01.20
바보같은 사랑  (0)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