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골 친구 / 마늘 값
철이(계절) 바뀌는 시기는 풍경과 무관하게
나는 문득 스치는 바람결에서 느낀다.
그것을 나는 "바람이 바뀌는 날"- "계절이 오고 가는 날이다"라 한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마음이 촌스러워서 그럴것이다.
촌에서 자랄 때는 도회지란 말이 동경스러웠으나 이제는 촌스럽다는 말이 더 정겹다.
이제는 다들 그 말들의 쓰임새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예전 같으면 별 수 있겠어? 나도 그 도시적이란 말 뒤에 숨었을 것이다.
이제는 세월이 그리 변한 것이다 .
배려하고, 양보하고, 말들도 너무 잘해서 말이지 / 언제나 나는 감탄이다.
난 그런 재주가 없어 그저 웃는게 전부다.
어제도 더 기뻐하고 ,좋은 말을 건네야 하는데 시종 웃기만 했다.
어제는 시골에서 친구가 왔다.
고향을 떠나 서울,경기에서 크거나 작은 사업체를 하는 녀석들의 모임에
초대 한것도 아니고, 오려해서 온것도 아니고
친구는 우연히 서울에 일보러 와서 통화가 되어 합석을 하게 되었다.
3년전 가을로 기억된다. 아마도 이 시기가 아닌가 한다.
친구는 고 3짜리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착한 아들녀석은 수시에 합격해 놓고 광주에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도우러 갔었다.
아침에 일어나 마늘밭에 거름을 준다며 경운기를 몰고 가다 사고로 뒤집혀
경운기가 누른 탓에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사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하늘로 보낸것이다.
부음을 듣고 서울에서 혼자 조문을 갔었다.
아들을 가슴에 묻다니 이 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
그날도 난 아무말 없이 눈물만 보였던 것 같다.
의외로 담담한 친구를 보며 잘 이겨 내는가 싶었다.
그리고 세월은 차츰 가는가 싶더니 간간히 들려 오는 친구의 소식은 "힘들어 한다"는 소식
술로 산다는 ..고향의 소식은 그 친구의 소식이 되었다.
얼마나 더 가슴을 쓸어 내야 아물 수 있을까 - 친구야 힘내라 !! 마음의 기도 뿐이었다.
그리고 작년 총동창회를 완도서 하게 되어 그 친구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항시 술에 취해 판을 깨던 친구가 달라졌다
절제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고마운 일이다.
그때도 난 아무 말없이 두손만 꼬옥 무식하게 잡아줬다.
친구는 그때서야 나를 보며 "미안하다" 한다
난 "뭐 말이냐?"
친구는 말했다 "내가 그리 살았제"
"아들 보낼 때도 서울서 한걸음에 왔는데 ,그 이후로 자네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쓰잘데 없는 소리마라 , 친구지간에 당연한 일 가지고"
친구는 말했다
"그래도 그것이 아니제, 사람의 도리란게 있는데 "
나는 그동안 들려 왔던 친구에 대한 소식을 모른체 하고
"알았어, 이제 마음 잡고 잘 살고 있지야 ?"로 친구의 말문을 막았다.
완도 선착장에서 주고 받던 술 한잔
가로등 빛에 친구의 눈에는 이미 슬픔이 스쳤다
"친구야, 이제는 눈물 보이면 안된다"
"그래야제, 이제는 일어 서야제"하는 친구의 목소리는 지난 12월이었다.
그 친구가 어느때부터 고향소식에는 빠져 있었다.
마음 잡고 사는가 보다. 다행이구나 했다.
그 친구가 어제는 환한 얼굴로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가 즐거웠다.즐거움속에 술도 건네고...
친구는 말을 건넨다
"아들 보내고 다시는 마늘 농사를 안지으려 했다고"
농부에 아들이라 땅을 놀릴 수 없어 올해는 마늘 농사를 했단다.
그런데 그 마늘 값이 금값이 되어 밭으로 넘겼는데
2억정도란다, 모인 친구들은 탄성을 지르며 "우~와 "우리는 박수를 쳤다.
"고생했다. 친구야"
친구는 다들 "힘을 준 친구들 덕분이란다"
나는 그녀석 등만 두들겨 줬다.
그 친구는 알고 보니 서울에 일이 있는게 아니라 마늘 밭을 넘기고 ,시간을 내어
친구들을 찾아 다니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온것이었다.
"착한놈 같으니라구 "
다른 친구들은 축하 하자며 2차로 움직이는데 난 돌아왔다.
돌아 오는 길 문득 시골 다른 친구가 양파하고 마늘을 한 자루씩
보내온 친구가 생각 났다.
마늘값이 비싼데 팔지 않구선 힘들게 지어서 보내다니...
"착한놈 같으니라구 "
모든 농부들이 힘든 만큼 보상 받은 세상이 오면 좋겠다.
"착한 세상"
착한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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