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항일암에서
잠들기전 / 이시영(1949~ )
내 영혼은 오늘도 꽁무니에 반딧불이를 켜고 시골집으로 갔다가
밤새워 맑은 이슬이 되어 토란잎 위를 구르다가
햇볕 쨍쨍한 날 깜장고무신을 타고 신나게 붓도랑을 따라 흐르다가
이제는 의젓한 중학생이 되어 기나긴 목화밭 길을 걷가가 느닷없이 출근했다가 아몬드에서 한잔 하다가
밤늦은 시간 가로수 긴 그림자를 넘어 언덕길을 오르다가 다시 출근했다가
이번에는 본적 없는 어느 광막한 호숫가에 이르러 꽁무니의 반딧불이도 끄고 다소간의 눈물 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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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고자 하는 중년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반 넘어 온 세월, 소멸 쪽으로 기운 시간이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 저절로 영혼의 반딧불이를 켜게 하기 때문일까.
간추린 한 생의 필름이 밤마다 돌아 내성(內省)이 일하기 시작하면, 시의 씨앗이 떨어지는 것. 그러다 필름 정지,
죽음의 풍경일까. '본 적 없는 어는 광막한 호숫가에 이르러' 깊은 낯섦에 눈물이 지고.
우리의 기원은 어디인가.
그토록 알 수 없는 것인가. 쓰라림 이토록 분명한데... ,
/이진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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