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Apple // 아파트 뒷뜰에서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
'[생각 속에서 ~~!!] >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사랑을 한다는 건 / 최 옥 (0) | 2010.12.21 |
---|---|
빈집의 약속/문태준 (0) | 2010.12.20 |
가을 서곡 / 이효녕 (0) | 2010.12.07 |
널 위해서 / 조 병화 (0) | 2010.12.06 |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0) | 2010.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