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을 짖다 - 이 진 (1957~ )
개목걸이로 채운
대낮이 심심하다
노란 페인트칠 벗겨진 철제대문 안
쭈그린 개밥그릇 앞에
한낮의 햇살이 배를 깔고
엎드려 있다
골목길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에
바짝 귀를 세우면
먼 하늘로 발돋움하는
낮달 한 척
먹먹한 고요가
살아서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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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했더니 어느새 여름이다. 한낮의 적요가 일상을 더욱 적막하게 가라앉히는 날들이 잦아졌다.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면 텅 빈 골목, 사람은 안 보이는데 발소리만 혼자 언덕길을 오른다.
그러나 적막을 깨뜨리는 것은 느닷없는 발소리가 아니다.
무료를 떨치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 탈출에의 염원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바람의 발자국을 새기고 있는 중이다.
그리하여 이 지루한 일상의 멀미는 멀리 낮달의 자리에까지 외로운 꿈을 펼쳐놓는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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