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Apple / 남산에서
꽃의 이유 - 마종기(1939 ~ )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 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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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와 낙화의 과정을 떨면서 엿본 그 누군가가 꽃나무의 내년을 기약한다 하더라도
내년의 꽃은 올해의 저 꽃이 아니다.
피었다 지는 것으로 꽃은 저의 한 주기를 완성한다.
그게 꽃의 이름다움이다.
그리하여 되풀이가 없는 우리네 삶은 피고 지는 꽃들 앞에서 아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고 지는 꽃 시절은 후회와 고통이 서린 사랑의 모습이었다 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아프게 확인시킨다.
전율과 환희를 가득 품게 한 사랑도 마침내는 이별로써 저를 완결하는가.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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