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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1915~2000)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1915~2000)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1915~2000)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봄에 피는 꽃들에는 이팔청춘 젊은 설렘의 바람 불었습니다. 여름의 절정,

진 꽃 필 꽃 모든 꽃들 정기 모아 피어 오른 연꽃에는 바람 불어가는 것 아니라 스스로 바람 일으켜 불어오고 있습니다.

 만나러 가는 것 아니라 만나고 오는 연꽃 바람 향기.

사랑하다 끝끝내 헤어질 수밖에 없어도 이리 향기로운 이별이었으면 합니다.

그래 한세상 돌고 돌다 어느 우주 한쪽 끝,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고픈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