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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속에서 ~~!! ]/野生花 갤러리

[828]접시꽃

 

풍요, 야망, 평안이라는 꽃말을 가진

접시꽃

 

서식지가 길가, 빈터라는 말이 더 아리는 것은

도종환 시인님의 "접시꽃 당신"이라서 그러는 것일까 ?

32살의 젊은 나이에 상처傷妻를 하였기에 이 시는 우리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하였을 것이다.이제 시인은 재혼도 하시고, 정치인이 되었다.

당연히 세상의 귀는 말이 많다 .

 

그래서 그 아림은 내게서도 멀어져 가는 것일까 ?

시인의 또 다른 시(죄를 짓고 돌아 온 날 밤)에선

"어쩌면 이렇게 흔들리는 밤이 많습니까?

죄를 짓고 돌아 온 날 밤/ 당신이 그리워 울지 않고 /

제 마음이 야속해 울었습니다."란 이 구절을 난 무척이나 좋아 한다.

 

죄를 짓는 거는 무엇일까?

"당신때문이 아니라 /제 마음이 야속하다"

시인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나의 죄는 내가 더 잘 아는 것 뿐이다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랑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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