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향 蘭香
모처럼
너를 키운것은 아름다운 내 기억이었다
그래도 좋은 추억이 한개쯤 있어
올 여름 너를 만나러 동대문 난집을 다녔고
너를 데려와 화분에 심어 책상 곁에 두었지
사무실을 이전하여 축하선물로 들어온 란들이 족보가 없어서
직접 족보를 찾아 나섰지 하여 금매란蘭을 샀다.
동대문 란방蘭芳에 주인은 바뀌었지만 소품만은 여전했었다.
화분이며,란석들도 / 그래 내 젊은날이었지 파릇한 30대초반
란을 기르던 때가,그리고 매주 여기를 들르던 때가
아마도 이런 란蘭을 곁에두고 묵향을 풍기며 문인화를 그리는
나를 염두해 두었는지도 모르지 그때는
이젠 다 가버렸어 그 날들이...
오늘 너를 보고 너의 향香에 취 할 수 있다니
이 쓸쓸함에 네가 나의 위로가 되어 주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도 바람결에 나는 흠~흠~ 네 향에 취하고
어느 여인의 속살의 향이 이 보다 은은할순 없을거야
자태도 도도하고, 순백하고...
좋은 추억이 나를 위로 하는 날이다.
기억과 추억은 뭐가 다를까? 가끔은 생각하지
추억은 말하지 기억이 있으면 뭘해 추억이 없는데
기억은 말하지 추억이 있으면 뭘해 기억을 못하는데라고
그래 둘다 있어야지, 문명과 문화가 공존하듯
란을 서서히 키워 볼까
내 인생에
더 외롭고, 쓸쓸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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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벤때 창문이 열리면서 화분이 파손 /
요녀석 킁 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