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Apple
한 호흡 - 문태준(1970~ )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워내고
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 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 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호흡이라 부르자
.........................................................................................................
숲 속 오솔길에 여린 줄기가 올라왔다. 애처로울 만큼 가늘다. 바람 없어도 제 무게를 못 이겨 하염없이 흔들린다.
‘금꿩의다리’ 예쁜 꽃은 그래서 무리 지어 자란다. 서로를 의지해 피어나려는 심사인 게다.
가지 끝에 맺힌 순한 보랏빛의 꽃봉오리가 홍역처럼 긴 숨을 들이쉰다.
스치는 바람 따라 큰 숨 내쉬며 꽃잎을 활짝 펼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란 꽃술이 기지개를 켜고 숨을 멈춘다.
참았던 숨을 뱉어내고 꽃이 시든다. 고독하지만 격렬했던 한 호흡은 그렇게 완성된다.
잦아든 꽃의 숨결이 가느다란 줄기 안으로 스며든다.
꽃송이를 감돌던 침묵이 앙금 되어 가라앉는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생각 속에서 ~~!!] >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터의 산문 (0) | 2011.10.13 |
---|---|
Sol`itude /고독에 대하여 (0) | 2011.10.12 |
만남의 신비 - 김영무(1944~2001) (0) | 2011.09.05 |
빈마음/법정 (0) | 2011.08.30 |
미루나무 연가 - 고재종(1957~ ) (0) | 2011.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