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연가 - 고재종(1957~ )
저 미루나무
바람에 물살쳐선
난 어쩌나,
앞들에선 치자꽃 향기.
저 이파리 이파리들
햇빛에 은구슬 튀겨선
난 무슨 말 하나,
뒷산에선 꾀꼬리 소리.
(……)
차라리 저기 저렇게
흰 구름은 감아돌고
미루나무는 제 키를
더욱 높이고 마는데,
너는 다만
긴 머리칼 날리고
나는 다만
눈부셔 고개 숙이니,
솔봉이여 혀짤배기여
바람은 어쩌려고
햇빛은 또 어쩌려고
무장 무량한 것이냐.
..................................................................................................................
수직으로 직립한 나무가 개울가에 줄지어 섰다.
어릴 적 부르던 노래 속에서 조각구름 걸려 있던 나무다. 미루나무라고 더 많이 부르지만 양버들이다.
빗자루를 거꾸로 꽂아놓은 듯해 빗자루나무라고도 불렀다.
하늘 푸르면 나무는 안 그래도 큰 키를 더 높이 밀어 올린다. 나뭇잎 위로 은구슬처럼 튀기는 햇살은 따갑다.
개울 건너 앞들에선 벼 이삭들이 무르익는다.
그악스럽던 매미 소리 물러가고 뒷산에서 나직이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들의 우짖음이 살갑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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