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극 성 / 정호승
신발 끈도 매지 않고
나는 평생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도대체 누구를 만나고 돌아와 황급히 신발을 벗는 것일까
길 떠나기 전에 신발이 먼저 닳아버린 줄도 모르고
길 떠나기 전에 신발이 먼저 울어버린 줄도 모르고
나 이제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와
늙은 신발을 벗고 마루에 걸터앉는다
아들아, 섬 기슭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던 파도가 스러졌다고 해서
바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들아,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집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비가 그친 것이 아니다
불꺼진 안방에서
간간이 미소 띠며 들려오는 어머니 말씀
밥 짖는 저녁 연기처럼 홀로 밤 하늘 속으로 걸어가시는데
나는 그동안 신발 끈도 매지 않고 황급히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도대체 누구를 만나고 돌아와
저 멀리
북극성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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