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란 나이가 과거 인류에게 ‘인간 삶의 한계’의 상징으로 비유된 건 동서(東西)가 다르지 않다.
구약성서는 ‘영원한 생명’을 빗대는 말로 ‘백세’를 거론한다.
이사야서의 ‘백세에 죽는 자가 아이겠고, 백세가 못 되어 죽는 자는 저주받은 것이리라’는 구절에 보인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백세가 언급된다. ‘인무백세인 왕작천년계(人無百歲人 枉作千年計)’란 대목이다.
‘백세를 사는 사람이 없건만 사람들이 헛되이 천년 계획을 세운다’는 뜻으로 사람이 100년을 살지 못함을 전제로 지은 말이다.
이 구절은 이제 고쳐 써야 할 듯싶다. ‘백세인 현상(centenarian phenomenon)’ 운운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으로 백세인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국내의 만 100세 이상 인구도 961명으로 5년 전에 비해 3%가 늘었다.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인간의 수명을 140세까지 내다보고 있다. 과거 인류가 상상하지 못했던 ‘초장수(超長壽)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던 만 100세의 한의사가 그제 법원의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일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계속 일하기 위한 자격증을 지키겠다며 송사(訟事)도 마다하지 않은 노익장(老益壯)이 감탄스럽다.
은퇴 후 삶이 막막해 주눅들어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이 ‘100세 직업인’을 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일이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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