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이름에 ‘바람꽃’자가 들어간 식물은 4개 속이 있다.
바람꽃속(Anemone속), 나도바람꽃속(Enemion속), 너도바람꽃속(Eranthis속), 만주바람꽃속(Isopyrum속)이 그것이다.
바람꽃속 식물로는 꿩의바람꽃, 들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세바람꽃, 남방바람꽃, 태백바람꽃, 바람꽃의 8종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나도바람꽃속에서는 나도바람꽃 1종을, 너도바람꽃속에서는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의 2종을,
그리고 만주바람꽃속에서는 만주바람꽃 1종을 보면 다 본 것이다.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은 땅속에 둥근 괴경(덩이줄기)을 숨겨두고 있어서 그런지 남들보다 빨리 꽃줄기를 밀어 올린다.
특히 변산바람꽃은 꽃사진 동호인들로 하여금 한해 출사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다.
잔설이 채 녹지 않은 2월 중순이면 벌써 언 땅을 뚫고 나와 청첩장 없는 잔치를 펼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주변 환경 탓에 계절감 없이 피어나는 개복수초를 제외한다면 ‘일년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의 영예는 단연 변산바람꽃의 차지다.
변산바람꽃을 필두로 해서 너도바람꽃이 추위 환한 얼굴을 내밀고 나면 곧이어 각종 바람꽃들의 개화가 시작된다.
너도바람꽃속 식물은 대개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보이며 진짜 꽃잎은 수술과 비슷한 형태의 꿀샘덩어리로 퇴화되어 있다.
<왼쪽의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이에 비해 바람꽃속 식물은 대개 1~2개의 꽃이 피고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생긴 것은 유사하나 꽃잎이 없다.
바람꽃속 식물 중에서 ‘가장 작은 꽃’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회리바람꽃은 예외적으로 1~4개의 꽃이 피며 꽃받침잎이 뒤로 완전히 젖혀진다.
바람꽃속 식물의 선두주자는 꿩의바람꽃이다.
뒤이어 들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세바람꽃, 남방바람꽃이 순위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앞다투어 피어난다.
강아지처럼 꽃받침잎을 뒤로 젖힌 꽃을 피우는 태백바람꽃은 5월에 절정을 이루고, 오리지널 바람꽃은 6월부터 9월까지 피고지기를 반복하면서
여름의 높은 산을 새하얗게 장식한다. 바람꽃 종류는 여린 줄기를 가진 탓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리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지만
오리지널 바람꽃을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잘못된 속설임을 직감할 것이다. 바람꽃은 고산지대에서 살다 보니 오히려
절대 나약하지 않다. 흡사 전투력을 높인 전사의 후예 같다.
바람에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며 피는 꽃이다.
바람꽃은 바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Anemos에서 유래된 말로, Anemone란 ‘바람의 딸’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 바람꽃이라는 이름은 대개 Anemone속 식물을 가리키거나 그와 닮은 꽃이 피는 식물을 뜻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즉, 바람꽃은 신화에서 비롯된 이름일 뿐 바람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왼쪽의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들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남방바람꽃, 세바람꽃>
나도바람꽃속의 나도바람꽃은 여러 개의 꽃이 산형화서를 이루어 피는 점이 특징이며 4월이나 돼야 지상에 첫선을 보인다.
나도바람꽃 역시 꽃잎이 없으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잎이다.
만주바람꽃속의 만주바람꽃은 작긴 하지만 꽃잎다운 형태의 꽃잎을 꽃받침과 수술 사이에 세워놓고 있다.
꽃의 크기로 견주어보자면 회리바람꽃과 비슷할 정도로 작은 꽃이 달리며, 3월이면 벌써 소식을 전해온다.
북방계식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왼쪽의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람꽃, 바람꽃 군락, 만주바람꽃, 나도바람꽃>
바람 중에서 가장 좋은 바람은 뭐니 뭐니 해도 봄바람이다. 봄꽃 채근하는 바람이 있어야 못 이기는 척 바람꽃들이 살포시 피어난다.
서둘지는 말자. 눈 녹은 골짜기마다 눈 한번씩 반짝거려보면 좋은 만남이 있을 것이다.
올해도 피어날 2010년형 바람의 딸들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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