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망월사에사/ 촬영
한하(閑夏)’-조정권(1949~ )
이끼 젖은 석등(石燈) 위로 기어오르는 법당다람쥐들 한가롭고
마당의 꽃 그림자 한가로이 창 앞에서 흔들린다.
모시 발은 앞과 뒤가 모두 공해서
푸른 산빛 맑은 바람 서로 깨친다.
발 드리우는 여름. 아무리 촘촘한 대 발 모시 발이라도 반투명. 나뉜 듯하면서도 안과 밖, 몸과 마음 한 가지. 다람쥐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한가하고 꽃 그림자 한가로운데 부지런히 흔들리고. 동식물, 부지런함과 한가함 불이(不二)이니 편안할 밖에. 그런 공(空)한 발 하나 드리우면 어디든 푸른 산빛 맑은 바람 서로 깨치는 여름 산사(刪붇)일 밖에.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