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서 ~~!!]/생각만들기-노트

‘절영의 잔치(絶纓之宴, 『說苑』)’

애-플 2025. 3. 4. 16:48

 

‘절영의 잔치
(絶纓之宴, 『說苑』)’

장군의 길, 필부의 길

옛날 중국의 춘추 전국 시절에 초(楚)나라에 장왕(莊王)이라는 군주가 살았다. 그는 어느 날 전쟁에 이기고 전사들을 위로하고자 밤에 큰 잔치를 베풀었다. 그런데 잔치의 흥이 높아질 무렵에 갑자기 큰바람이 불어 방안의 불이 모두 꺼졌다. 술도 거나하게 취하고 마침 불도 꺼진 참이라 초대된 손님 중에 장웅(蔣雄)이란 장수는 어둠 속에서 한 궁녀를 희롱했다. 화가 치민 그 궁녀는 그 무뢰한을 잡으려고 그의 투구에 달린 금술(纓·영)을 떼어 왕에게 바치고 이 금술의 주인이 감히 전하의 궁녀를 희롱했으니 엄히 치죄해 달라고 고해 바쳤다.

여염집의 아녀자를 희롱한 것도 아니고 왕의 궁녀를 희롱했으니 절대 군주 치하에서 그 장수가 저지른 죄는 엄청난 것이었고 또 왕의 입장에서도 괘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금술을 받아 든 장왕은 역시 제왕다운 금도(襟度)를 잃지 않았다. 왕은 시종들에게 불을 켜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초대된 장수들은 모두 투구에 달린 금술을 떼어 왕에게 바치도록 했다. 영문을 모르는 장수들은 왕명대로 금술을 떼어 왕에게 바쳤고 불이 켜진 후에는 모든 장수들의 금술이 없어졌기 때문에 궁녀를 희롱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은 지 몇 년이 지나 장왕이 진나라의 공격을 받아 사지에 빠졌을 때 왕과 옷을 바꿔 입고 죽음으로써 그를 구출해 준 장수가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지난날 궁녀를 희롱했던 장웅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결국 죽는 그 순간까지도 지난날 왕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잊지 않았다. 이 고사를 가리켜 수술을 잘랐다 하여 ‘절영의 잔치(絶纓之宴, 『說苑』)’라 한다.​

베풀지 않는 주군에게 충성하던 전근대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하지만, 그렇게 등돌림을 초래한 주군에게도 책임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아프게, 그래서 지금도 눈 더미와 언 바다에 뛰어들어 특수훈련을 받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주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며 당부하건대, 조국의 운명이 그대들의 어깨 위에 걸려 있다.

[출처] [선데이 칼럼] 
장군의 길, 필부의 길|작성자 kimjs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