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2021년 신축년 이 밝았다/1월 1일에 ㅡ 이채경 아침에 눈을 뜨니

애-플 2021. 3. 12. 12:16

1월 1일에 ㅡ 이채경
아침에 눈을 뜨니

 

새해 서설이런가 ?

밖으로 나가 몇컷 담았다.

 

 

 

 

 

 

 

 

 

 

 

 

은행잎도 꽃이다

 

 

 

어지러워 보이지만 질서이다

 

 

 

1월 1일에 ㅡ 이채경
 
아침에 눈을 뜨니
흰 서리 내린 겨울 창문으로
성큼 새해가 와 있습니다.
나는 가슴이 덜컹합니다.
추위를 이기려 차를 끓이면서
이대로 다시 잠이 들면 그만큼
새해가 늦게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는데
그냥 새해가 와 버리면 어쩌나요.
나를 슬프게 하던 일들은
여전히 나를 아프게 합니다.
그리운 사람들은 멀리 있고
화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떠나려고 해요.
나는 잠시 지난 시간 속
슬프고 아름다웠던 기억들 안에
머무를 수는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기억들은 꿈과 눈물과 소망으로 가득 찬 것이며
웃음과 한숨으로 빚어진 것이기에
내게는 마치 마음의 뼈와 같습니다.
하지만 어제의 짐을 지고는
오늘의 삶을 살 수 없듯이
하나가 끝나야 비로소 하나가 시작됩니다.
비록 준비가 없어도 떠나야 할 때는 떠나는 겁니다.
뼈를 다치는 아픔에 정신이 어지러울지라도
끊어야 할 때는 끊는 겁니다.
끊어야 다시 이을 수 있고
떠나야 도착할 수 있고
헤어져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끊고 먼 새로운 길을 떠날 때
비로소 내게는 새해가 시작됩니다.
이런... 차가 식었군요.
다시 데워야겠습니다.
이제 슬픔의 속살을 똑바로 보고
끊어지는 현기증 나는 아픔을 견딜 때
벗을 위해 먼길을 조건 없이 떠날 때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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