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018. 5. 25. 10:08



小  曲

- 백남수(1918~1994)


구름이 흘러가면

뒤에 남는 것이 없어 좋다.

짓고 허물고, 결국은

푸른 하늘뿐이어서 좋다.


한 행의 시구

읽고 나면 부담이 없어서 좋다.

쓰고 지우고, 결국은

흰 여백뿐이어서 좋다.


평범한 사람

남기는 유산이 없어서 좋다.

벌고 쓰고, 결국은

돌아가 흙뿐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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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안다고 하는 말들도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다.

우리는 삶을 알지 못하면서도 다 안다는 듯 살아간다.

 분명한 건 마무것도 쥐지 않고 왔다가 저 자연이 부를 때 모든 걸 내려놓고 간다는 사실뿐.

이걸 모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어느 때는 이렇게 없음이 좋아지는 건지도 모른다.

구름 없는 하늘, 텅 빈 백지, 그리고 흘가분한 몸과 마음.

                                                                      중앙일보 시가있는아침/ 이영광.시인.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