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하루 - 김언(1973~ )
애-플
2011. 2. 18. 12:04
하루 - 김언(1973~ )
하루는 날씬하고 하루는 복잡하다.
어떤 날씨와 옷차림도 거부하지 않는다.
하루는 재능 있고 하루는 의자에 앉아 있다.
하루는 작업복 하루는 지저분한 새들이 그들의 배경
보라색 밤에 스스로 눈 오는 밤이 일찍 왔다.
하루는 과거 하루는 빠짐없이 일하는 날
하루는 보라색 촛불 곁에서 혼자 먹었다.
하루는 그대들의 입맞춤과 새까만 정액 속에서
하루는 살랑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갑자기 한숨이 생겼다.
이파리가 굴러다니고 셔틀콕이 무한정 날아다니며 재촉하였다.
하루는 수줍게 이별을 낭독하는 밤
하루는 보라색 검은 태양이 해를 가리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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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날씬하고 하루는 복잡하다”는 문장이 일단 생성되면, 하루는 날씬하고 하루는 복잡한 하루를 갖게 될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하루 동안 있었거나 있었으면 싶었던 일들을 다 기록하는 게 일기는 아니죠. 다 기록할 수도 없는 거고요.
특기할 내용만을 가려 다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게 개인언어(비밀언어)를 사용하여 일기를 쓴 적 많았을 거예요.
이 시가 그런 일기쓰기와 같은 건 아니지만, 그런 일기쓰기의 비문법을 기억하게도 합니다.
<이진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