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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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pple // 춘천서면 방동에서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어젠
일을 마치고 동숭동 대학로를 지나는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퇴근시간이라 길가는 사람들도 다들 좋아라 한다
명륜동 로타리를 돌아 우회전을 하면
혜화동 성당을 끼고 오르막길이다
그 어둠속에서 하나의 풍경을 보고 난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리어카에는 파지가 잔뜩 실어 있다
뒤에서는 미는 아이는 긴머리,베이지색 파카에 회색치마다
종아리의 스타킹에 추위가 묻어 있을것이다
단박에 보아도 학생임을 알아 차린다
앞에서 끄는 아저씨도 아빠일거고 / 그 가난 앞에 더 서러웠고
가슴이 먹먹해야 했다
공부하고 피곤 할텐데 눈을 맞으며 남의 시선 아랑곳 않고
학생은 리어카를 밀었다. 아마 리어카를 미는게 아니라
아빠를 도우려는 효심이며 희망을 밀고 있을것이다.
서울은 풍족한 거리라 여길지 모르지만 아직도 가난은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다
회사로 돌아 오는길 그 광경은 줄곧 따라 왔다
백화점을 지나고 길가의 쇼윈도어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있었다
그 불빛마저도 슬퍼 보인다.
문득 그리운 지인이 몹시도 보고파 진다
한번 보자는 전화를 했더니 당장...눈속을 드라이브하며 달려와준 착한사람 !
그 착한사람을 보며 애기하고 한잔의 술이 그 가난의 우울함을 털어냈다.
슬퍼서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그 가난이 아리고 아리여서였다.
착한사람을 보내는 등뒤로 난 한참을 서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참 좋았다.
그 쎈한 바람결~~ 가슴 깊이 잠겼다.
아침이다
눈은 내리다가 녹아 빙판길이었다.
복지관에 들러 독거노인분들에게 김장김치를 나눠드렸다
차를 이용하는 봉사인샘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어르신들을 뵈면서
너무나 화창한 겨울날의 햇볕도 왠지 나를 슬프게 한다.
왜 일까 ?
저 고독한 어르신들 어디서 오셨을까 ?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 었을텐데....
돌아 오는 길 착한사람의 문자가 왔다.
그 쎈한 바람결~~ 몹시도 그립다.
그립고 그리워서 나를 슬프게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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