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010. 11. 3. 13:16

 

 

         침  묵        

 

무형의
권력앞에
숨소리도 일정하지 않았다

 

뼈만 남은나뭇가지처럼
날카롭고
차갑기가
둠벙안의 제 멋대로의
조각난 얼음 같았다

 

둘이만 모이면
입가에 흰 꽃이 피었다


밤을 새운

뜬 눈의 핏줄은
휑한 몰골들이다

 

뿌연 연기로
방안의 꽃잎들은
으깨진 참외 같았다

 

분홍색 고추가 매웠다느니
왕관 쓴
오리가 하늘을 날았다고

 

달팽이의  좁은 문이
그만 문을 닫겠다고

그윽히 바라본다

 

                                                                                라벤더  // 꽃말은 침묵

.................................................................................................................................................................................

자평

6개월 전에 시작한 시창작교실 수업도 이제는 마지막 2강만 남겨 두었다.

마냥 길게 느껴 졌는데  벌써 종강이라니 서운하기 그지 없고 아쉽다 / 습작 코너에 이제야 시를 올려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무척이나 바쁘고 더웠던 그 여름이 못내 아쉽고, 한편 그 열심이었던 기억도  젖은 땀 냄새- 쉰냄새 일지라도 나를 새롭게 했었는데

벌써 가을과 함께 종강이라니 못내 아쉽다..

 

이 시의 습작은 갈등과 번민 그리고 방황이라는 끼가 내게 아직은 걷히기 전이었을 것이다(80년대 초)

그리고 이 습작 시는 한동안 묵혀 있었다

오늘 아침 신문에  "뉴욕 타임즈에 반기문 총장 침묵'이란 표지를 보고 시를 찾아 내어 올렸다.

문우들의 반향은 50대 50이다. / 어렵다는 사람 / 아주 큰놈이 숨어 있다고 말하는 문우님들  ....하하

각기 생각을 존중 할 뿐이다

나의 해석은

무형의 권력앞에 이 시대의 지식인과 양심인들이 너무나 침묵 한다는 것이다

그 시대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상황은 달라 지지 않은 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입가에 흰꽃(개거품)을 피우고 현실을 비판적 사고로 보지만

열변을 토하는 그런 군상들은 /으깨진 참외 같았지만 섣불리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분홍색 고추가 매웠다느니 왕관 쓴 오리가 하늘을 날았다고" 하는건 추상적이지만

아래와 같은 현실을 담은 것이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후진타오를 만나 노벨 평화상을 받은 "류사오보"문제를 침묵으로  일관.

- 현대 자동차  아산공장의 여성 성희롱 문제- 약자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 지식인들은  숨을 죽인다.

-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 아니라고  잡아떼고 그러다 결국 대포폰이 나오고 - 국정감사때만 소리 높인 입법자들.

- 한국 기독교의 도그마을 여실히 보여준 봉은사 땅밟기 - 종교간 분쟁들 .

 

몇해 전만해도 나라에 어르신이(김수환추기경) 말씀에 종교를 떠나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한국사회의 지식인과 양심적인 사람들은 어디에서 뭘 하는가 ? 오로지 사회에 대해선 침묵이다.

떠든이는 오로지 대통령 한사람 "공정사회"다 ]

 지식인들은 없는 것인가? 왜 침묵하는가 ? 하는 것이다

 

달팽이의  좁은 문이 /그만 문을 닫겠다고...관중지천(管中之天/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본다)이다.

자기들끼리는 똑똑 할지 모르지만 "침묵"은 또 다른 소견의 좁은 무리들 ...

그들을 그윽히 바라본다/ 약자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방관자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침묵에서 깨어나야 한다.  !!! 후~~

 

글 하나 소개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유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100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이 절개와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