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묵
무형의
권력앞에
숨소리도 일정하지 않았다
뼈만 남은나뭇가지처럼
날카롭고
차갑기가
둠벙안의 제 멋대로의
조각난 얼음 같았다
둘이만 모이면
입가에 흰 꽃이 피었다
밤을 새운
뜬 눈의 핏줄은
휑한 몰골들이다
뿌연 연기로
방안의 꽃잎들은
으깨진 참외 같았다
분홍색 고추가 매웠다느니
왕관 쓴
오리가 하늘을 날았다고
달팽이의 좁은 문이
그만 문을 닫겠다고
그윽히 바라본다
라벤더 // 꽃말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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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평
6개월 전에 시작한 시창작교실 수업도 이제는 마지막 2강만 남겨 두었다.
마냥 길게 느껴 졌는데 벌써 종강이라니 서운하기 그지 없고 아쉽다 / 습작 코너에 이제야 시를 올려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무척이나 바쁘고 더웠던 그 여름이 못내 아쉽고, 한편 그 열심이었던 기억도 젖은 땀 냄새- 쉰냄새 일지라도 나를 새롭게 했었는데
벌써 가을과 함께 종강이라니 못내 아쉽다..
이 시의 습작은 갈등과 번민 그리고 방황이라는 끼가 내게 아직은 걷히기 전이었을 것이다(80년대 초)
그리고 이 습작 시는 한동안 묵혀 있었다
오늘 아침 신문에 "뉴욕 타임즈에 반기문 총장 침묵'이란 표지를 보고 시를 찾아 내어 올렸다.
문우들의 반향은 50대 50이다. / 어렵다는 사람 / 아주 큰놈이 숨어 있다고 말하는 문우님들 ....하하
각기 생각을 존중 할 뿐이다
나의 해석은
무형의 권력앞에 이 시대의 지식인과 양심인들이 너무나 침묵 한다는 것이다
그 시대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상황은 달라 지지 않은 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입가에 흰꽃(개거품)을 피우고 현실을 비판적 사고로 보지만
열변을 토하는 그런 군상들은 /으깨진 참외 같았지만 섣불리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분홍색 고추가 매웠다느니 왕관 쓴 오리가 하늘을 날았다고" 하는건 추상적이지만
아래와 같은 현실을 담은 것이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후진타오를 만나 노벨 평화상을 받은 "류사오보"문제를 침묵으로 일관.
- 현대 자동차 아산공장의 여성 성희롱 문제- 약자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 지식인들은 숨을 죽인다.
-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 아니라고 잡아떼고 그러다 결국 대포폰이 나오고 - 국정감사때만 소리 높인 입법자들.
- 한국 기독교의 도그마을 여실히 보여준 봉은사 땅밟기 - 종교간 분쟁들 .
몇해 전만해도 나라에 어르신이(김수환추기경) 말씀에 종교를 떠나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한국사회의 지식인과 양심적인 사람들은 어디에서 뭘 하는가 ? 오로지 사회에 대해선 침묵이다.
떠든이는 오로지 대통령 한사람 "공정사회"다 ]
지식인들은 없는 것인가? 왜 침묵하는가 ? 하는 것이다
달팽이의 좁은 문이 /그만 문을 닫겠다고...관중지천(管中之天/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본다)이다.
자기들끼리는 똑똑 할지 모르지만 "침묵"은 또 다른 소견의 좁은 무리들 ...
그들을 그윽히 바라본다/ 약자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방관자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침묵에서 깨어나야 한다. !!! 후~~
글 하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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