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shop·洗心址

부처의 진신사리

애-플 2010. 10. 7. 17:39

불교에선 “우리의 육신은 허망하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구성된 몸은 다시 지수화풍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라고 가르친다
때로는 절집에서 ‘사리’에 더 집착하기도 합니다.

특히 큰스님의 다비식(시신을 화장하는 절집의 장례)을 앞두고 제자들은 뜻밖의 걱정을 합니다.

 “만약 사리가 안 나오면 어쩌나” “혹시 개수가 너무 적으면 어쩌나”하고 말입니다.

대체 ‘사리’가 뭘까요? 붓다가 남긴 ‘진짜 사리’는 과연 뭘까요?

사리는 우리 몸의 기운이 막힘 없이 흐를 때 생기는 골즙의 결정체라고도 합니다.

다시 말해 ‘막힘 없는 흐름의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2500년 전, 붓다는 눈을 떴습니다. 나와 세상, 그리고 우주의 이치에 눈을 떴죠.

 그 눈으로 봤더니 세상은 막힘 없이 흘렀던 겁니다. 가령 강물을 보세요. 막힘이 없을 때 자유롭게 흘러가죠.

바위를 만나도, 언덕을 만나도, 들을 만나도, 산을 만나도 굽이굽이 흘러갑니다.

 붓다가 봤더니 세상과 우주가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던 겁니다.

붓다는 그걸 사람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집착하지 마라. 집착하면 붙들게 되고, 붙들면 막히게 된다. 그럼 흐르질 못한다.” 그걸 끊임없이 설했던 겁니다.

 “네가 집착하는 대상이 실은 비어있다. 삼라만상이 비어있기에 비로소 흐를 수 있는 것이다. 그 비어있음을 봐라.”

제자들은 그런 가르침을 문자로 기록했습니다. 그게 바로 경전입니다.

그러니 경전에는 ‘막힘 없이 흐를 수 있는 비법’이 녹아 있습니다.

 지지고 볶는 일상의 번뇌와 스트레스를 몽땅 녹이는 용광로가 들어 있는 겁니다.

그럼 다시 물어야죠. 붓다의 진신사리, 숨 쉬는 진신사리는 대체 뭘까요? 그렇습니다.

다름 아닌 경전입니다. 경전 속의 이치입니다.

왜냐고요? 경전 속의 이치가 막힌 걸 뚫기 때문이죠. 그래서 흐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몸, 우리의 마음, 우리의 삶이 막힘 없이 흐르게 하는 겁니다.

 결국 우리의 몸, 우리의 마음, 우리의 삶에도 사리가 생기게 되는 거죠.

사리를 만드는 사리(事理), 그게 진짜 사리니까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사리에 집착합니다.

개수에 집착하고, 크기에 집착하고, 색깔에 집착합니다.

 설령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 100과를 두 손에 쥐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게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에서 사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뼛조각이 진신사리가 아니죠. 사리를 만드는 사리(事理), 그게 바로 진신사리입니다. / 백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