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어디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 최하림
애-플
2010. 5. 2. 21:58
어디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 최하림 (1939 ~ )
문호리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산(雅山) 선생님이 보내주신 매화가 연 이태 눈을 틔운 것으로 그치더니
올해는 동지를 앞두고 꽃들이 활짝 피었다 향기가 복도로 퍼져나갔다
아내는 층계참에 쭈그려 앉고 나는 창가에 앉았다 바람이 부는지 창밖에서는 구름이 이동하고 또 이동했다
마음을 갈앉으려고 나는 청소기로 거실과 복도를 서너 차례 민 뒤 이층으로 올라가 책들을 정리했다
책상 위에 한 권 한 권 제 자리에 꽂고 있는 동안에도 어디 먼 데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마음이 흔들리고 유리창들도 덜커덩거렸다
이태 만에 활짝 꽃피운 ‘매화향기’와 선명하게 교감하는 순간에도 시인은 마음의 파동에 더 기대고 있다.
순수한 내면의 부름에 귀 기울이는 탓이다. 그리하여 세계의 뒤쪽, 심연 속의 울림인 듯 두근거림은 불려 나온다.
그 길로 누군가가 오고 있다. 이 시인의 시는 노을에 섞여들 때, 노을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소용돌이치던 그의 강물조차 숨죽이는 노을의 순간까지 함께 흘러온 독자라면,
‘매화향기’의 풍경 속에 시인이 좀 더 머물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김명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