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 신경림
애-플
2010. 4. 29. 08:10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 신경림(1935~ )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 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 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특급열차로 바삐 달려본 사람들은 순식간에 목적지까지 다다르는 속도에 감동하게 될까.
날아가듯 달려가 어느새 종착역에 닿아버리는 특급인생이라면 누구라도 짙은 회한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하여 탄탄대로라 해도 끝이 훤한 도정에 서 있다면 발이 부르트도록 힘들게 걸어야 하는 오솔길의 인생으로 건너뛰고만 싶어진다.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유장한 산천에 파묻힐 터이니.
<김명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