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애-플 2010. 1. 27. 17:38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1915~2000)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봄에 피는 꽃들에는 이팔청춘 젊은 설렘의 바람 불었습니다.

여름의 절정, 진 꽃 필 꽃 모든 꽃들 정기 모아 피어 오른 연꽃에는 바람 불어가는 것 아니라 스스로 바람 일으켜 불어오고 있습니다.

 만나러 가는 것 아니라 만나고 오는 연꽃 바람 향기.

사랑하다 끝끝내 헤어질 수밖에 없어도 이리 향기로운 이별이었으면 합니다.

그래 한세상 돌고 돌다 어느 우주 한쪽 끝,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고픈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