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골목 하나가 푸르다’ 중-허혜정(1966~ )
애-플
2009. 11. 12. 09:34
골목 하나가 푸르다’ 중-허혜정(1966~ )
만남은 간혹
물속에서 유리에 긁힌 상처와 같다.
피는 흐르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의 장력을 뚫고
태양의 빛과 공기의 바람과 만난 후에야
송곳 같은 아픔이 솟아오른다.
(중략)
투명한 유리 조각이
전신의 살을 긋고 가도
상처가 생겼으리라는 느낌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만남이란
그토록 빛나고 미끄러운 것이기에,
우리의 피를 아무리 앗아가도
투명함이 흐려지지 않을 기억의 바다로
퍼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리 조각, 잘 벼려진 풀잎에 살갗 베인 생각에만도 온몸 찌르르. 만남과 이별의 아픔도 이런 것. 하, 이제 끝인 줄 알고 끝 간 데 없이 아파했는데 어느덧 또 첫사랑 첫 순정 되살아나 온몸 떨리게 하느니. 물, 햇살, 바람, 그리고 피의 표면장력으로 만남의 전율, 순정의 복원력 유리 조각 같이 이리 선명하게 떠올리다니. 그 이별과 만남의 골목 또다시 푸르겠다.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