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에서 ~~!!]/시가 있는 아침

와온(臥溫)에 오면’

애-플 2009. 10. 26. 15:37

 

 

‘와온(臥溫)에 오면’-김춘추(1944~ )


우린, 다 눕는다

늙은 따개비도 늙은 부락소도

늙은 늦가을 햇살도

눕는다

순천만이 안고

도는 와온에 오면

바람이 파도가 구름이

세월처럼 달려와

같이 눕나니

어쩌랴, 와온에 와

나 너랑 달랑게 되어

달랑게 되어

갯벌에

달랑 누운

따스한 이 눈물 자욱을



또한

어쩌랴…



깊어가는 가을 속 황량하게 펼쳐진 개펄. 개펄 저 너머로 질척이며 빠져드는 해. 개펄 물골 사이사이 차 들어오는 물 아닌 붉은 노을. 순천만 흐드러진 갈대숲 안고 돌다 끝자락 와온에 이르면 이래서 ‘나 또한 어쩌랴’ 하는 탄식 절로 난다. 바람 파도 구름 세월 달려와 노을 속에 누운 개펄 와온. 내 질척이는 마음속 풍경 끝자락 봐버렸으니 이제 어쩌랴. <이경철·문학평론가>